지난 주말(8/14~15)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여수여행에서 1000km를 거뜬히 뛴 이렇게 생긴 우리의 92년식 르망을 몰고 다녀왔지요. 두 명 다 산에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는지라 필요한 장비가 하나도 없어 산행 1주일전에 등산화와 등산양말을 구입하고, 하루전에 버너,코펠을 구입했답니다. 등산화 사고나서 연습 좀 하려했으나 그냥 동네 뒷산 한번 다녀온게 다입니다.
여담으로 등산화 사던 이야기. 등산화 살 때 전문매장 아니고서는 사이즈가 280까지밖에 없더군요. (Hanti는 285신어요.) 신발사며 사이즈 없어 헤맨건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듯 합니다. 그 시절에는 발 큰 사람이 별로 없어 운동화 사기가 힘들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로 국내 운동화도 왠만한건 300mm까지 나와 별 불편없이 신발을 샀는데, 아직 등산화 시장에는 발 큰 사람들이 별로 진출을 안한 모양입니다. ㅎㅎ
하여간 등산 생초보 둘이서 금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등산을 시작할 곳은 중산리.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려 11시 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산청IC로 나왔는데, 알고보니 단성IC쪽에서 중산리 가는 길이 훨씬 좋네요. 분당에서 출발할때 쏟아지던 비는 남쪽으로 오면서 그쳤는데, 지리산 근처에서 다시한번 쏟아졌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은 비가 안오는 군요.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비가 오긴 올텐데 언제부터 올 지는 모르겠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중산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 입구에서 점심을 사먹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비오기 전에 얼른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Okmir 회사의 부장님과 동기에게 조언을 얻어 초콜렛, 연양갱, 오이 등등 여러가지를 준비해서 싸들고 갔죠. 또한 저녁과 내일 아침 해먹을 거릴 준비해갔습니다. 이런 산행을 처음 해보는지라 Okmir는 산행 시작부터 짐이 자기를 뒤로 잡아 끄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등산 코스는 이렇습니다. (지도는 이곳 참고)
- 8/14 오후
- 중산리-칼바위-법천폭포-장터목대피소
- 장터목에서 저녁식사 및 숙박
- 8/15 오전
-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해먹고 천왕봉으로...
- 천왕봉에서 일출 보고...
- 천왕봉-법계사-로터리대피소-망바위-칼바위-중산리
중산리에서 출발하는 길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랍니다. 저희보다 몇 주전에 지리산을 다녀온 후배들도 이 길로 다녀왔다길래(방향은 반대로) 저희도 이 길을 택했죠. 가보니 길이 짧은 만큼 경사가 급하더군요. (당연한 얘긴가? ㅎㅎ) 1박 2일도 아니고 씩씩하게 당일치기로 다녀온 아영이와 정우 대단하다!
장터목으로 올라가는 길은 계곡길입니다. 바위 사이를 흐르는 계곡 물 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꾸물꾸물한 하늘에서 비가 오면 계곡물이 불어나는건 아닐까 불안했죠. 대략 5.3km 길이라는데 마지막 1km에서 좀 고생했습니다. 힘든건 둘째치고 hanti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서 정신이 없대요. (고산병? ^^) 12시 10분 출발해서 5시에 도착했습니다. 어딘가 보니 4시간 코스라 쓰여있는데 4시간50분이면 초보자 치고는 양호한거였다고 우기고 싶습니다. 흐...
사진 설명은 아래에...

- 왼쪽 위: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얽힌 (뭔지 까먹었음-.-;) 칼바위
- 오른쪽 위: 중산리와 장터목의 거리상 중간쯤에서... 거리상은 중간이었는지 몰라도 시간상은 아니었다. -.-;
- 왼쪽 아래: 등산하는 hanti
- 오른쪽 아래: 등산하는 okmir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는 아무데서나 숙박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정해진 대피소에서만 숙박 및 취사가 가능한데, 저희가 묵은 장터목 대피소(일명 장터목 산장)는 지리산 대피소 중에서 가장 인기좋은 곳 중 하나입니다. 숙박일 15일 이전부터 국립공원 관리공단 대피소 예약 페이지를 통해 예약신청을 받는데 한번에 최대 3인까지 예약이 가능합니다. 15일전 12시 땡 하자마자 입력을 하려고 전날 11시 55분 부터 refresh를 계속하다가 신청페이지가 열리자마자 후다닥 입력해서 성공했습니다. 다른 곳은 좀 더 여유있었지만 장터목은 채 2분도 안되어 마감되더군요. 인터넷에 서툰 분들은 입력하는데만 2분이 더 걸릴텐데요. -.-;
해발 1653m의 능선에 있는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기온은 17도였고 그 날 낮 최고기온 21도였다고 전광판에 쓰여있더군요. 역시 높은 곳이라 아래랑 기온차이가 꽤 많이 나네요.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그곳에서는 구름이 아래로 보였습니다. 비 온다던 일기예보와 달리 이날은 비가 안왔지만 구름이 자욱했죠. 호우주의보가 발령중이며 국지성 호우시 대피소의 통제에 따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니 다음날 일이 걱정이 좀 됐지요.
도착하자마자 새 버너와 새 코펠로 김치찌개를 해 먹었습니다. 밥해먹기 귀찮을거 같아 햇반을 사갔는데 저희 말고도 많이들 사왔더군요. 세상 참 좋아졌죠? 숙소는 군대 내무실처럼 개인 경계도 없는 침상에 다닥다닥 붙어 자는 식입니다. 물론 남녀는 분리되어있구요. (아쉬워라.... ㅎㅎ) 제 옆자리 총각도 여자친구랑 왔다던데 여자친구는 Okmir 옆자리였습니다. 커플로 온 또래 친구라 자기전에 넷이서 얘기 하고 놀았지요.

장터목 대피소 해지기 전과 해진 후. 안개(..인지 구름인지) 때문에 불빛이 뿌옇게 산란됩니다.
다음 날 5시반 일출 보기 위해서 4시20분에는 출발을 해야했습니다. 저희는 3시30분 일어나 밥해 먹고 가기로 했지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무도 그 새벽엔 밥을 안해먹대요. -.-;; 그래도 저희는 꿋꿋히 해 먹고 출발! 깜깜한 능선길을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가는데 2m 밖으로는 아무것도 안보이니 으스스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참 답답하더군요. 가다보니 서서히 주위가 밝아지며 제석봉 고사목 지대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참 독특한 풍경이였죠. 불법으로 벌목을 하던 자들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을 질러버렸다는 곳. 너무 어두워 사진으로는 못담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해뜨기 직전. 정말 깜깜한 상태에서 한 참 걷다가 정상에 거의 다 왔을 때 쯤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으나, ISO400으로 놓고 찍어도 이 정도 밖에는... 빛도 없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자욱해서 더욱 안보인다.
천왕봉에 도착했지만 역시 구름이 자욱하여 해가 뜨는건 못보고 그냥 주위가 밝아지는 걸로 해가 떴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이곳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나요? ^^ 해발 1915m,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니 힘들지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밤에 숙소에서 만났던 커플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 서로 사진 찍어주고 먼저 내려왔습니다. 저희보다 산을 잘 타는 것 같길래 저희보다 빨리 내려오다 만나면 홈페이지 주소 알려주고 구경오라고 하려 했으나 다시 만나지 못했네요.

- 왼쪽 위: 천왕봉을 알리는 돌 앞에서
- 오른쪽 위: 구름이 능선을 타고 스르르 넘어가는 장관을 배경으로
- 아래: 천왕봉에서 내려다 본 능선 길
내려가는 길 역시 가파른 길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hanti의 고질병인 오른쪽 무릎 연골 통증이 시작되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 초보라서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기분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등산화도 샀으니 앞으로 자주 산에 다니고 싶네요.

내려가는 길: 역시 가파른 길이다
hanti가 2004년 08월 22일 20:47에 작성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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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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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영 |
오~ 다시 보니 또 뿌드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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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Min |
내 지리산 역사를 말하자면 2002년 여름휴가때 종주를 위해 등산화 사고 밤차 출발을 위해 배낭 짊어지고 회사와서 전부 떠들어놨으나 그날 태풍으로 인한 입산 금지로 가져온 음식 다 풀고 포기....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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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르 |
나도 무릎 고질병자(?)로서.. 다녀온 한티가 부작용은 없었는지 궁금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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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kid |
장터목 대피소라고 부르는군요. 10년전 저 갔을땐 산장이라 했었는데..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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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ti |
*최아영- 이번이나 베트남 때 처럼 구름을 몰고 다니는 때도 있지만, 홍콩 갔을 때는 삼일 내내 햇볕이 쨍쨍했고, 심지어 유럽 9박10일 일정동안 내내 햇볕이 쨍쨍했던 적도 있지. 다음엔 너 말대로 종주 해보고 싶더라. 아영이도 다음번엔 종주해봐! *메탈민- 어쩌면 그렇게도 갈 때마다 꼬이냐? 지리산 산신령께서 메탈민한테 노하셨나보다. 어서 나에게 돈봉투를 바치고 굿을 한판 ㅡㅡ;; 농담이고, 다음 번엔 꼭 쾌청한 날씨속에 등산하길 바란다. 산 참 멋지더라구. *미미르- 아, 그대도 무릎 환자였나? 병원에서는 날 연골연화증이라 진단하던데. 원래 달리기나 등산 많이 하고 나면 후유증 으레 있는걸로 생각하기에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지. 대략 1주일 갔는데 지금은 괜찮다. 산 정말 멋지니까 준비운동 미리미리 해두고 가봐. *coolkid- 요즘도 흔히들 산장이라고 부릅니다. 정식용어는 대피소지만요. 이제 등산화도 샀으니 중독되어보려구요. 흐흐... 그리고 이번에도 천왕봉 사진은 올렸는데... 천왕봉 일출 사진 기대한다는 말씀이시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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