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주년 이야기
2008년 9월 4일 Hanti 작성
지난 2008년 8월 30일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지 5주년 되는 날이었다.
안그래도 대학원 공부한다고 만날 늦게오고 심지어 주말에도 학교를 나가느라 미안한데다가 2주있는 방학에는 혼자 스페인으로 도망을 갔다왔으니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뭔가 님을 즐겁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님께서도 일주일 전 쯤 “자기가 이날 좀 준비해봐” 하는 지령을 내리시어 결국 아래와 같은 일을 벌였다.

1. 서대문에 있는 프레이저 플레이스 예약
http://www.hoteldc.com/에서 할인된 가격에 studio(한국말로 원룸)을 1박 예약했다. 프레이저 플레이스는 호텔인데 부엌이 딸려있는 곳이라고 할까? 이런류의 호텔을 레지던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장기체류하는 외국인 손님이 많은 곳인데, 여름에는 외국인 손님이 적은지 내국인 대상의 프로모션을 하는 기회를 잡았다. 새 건물이라 내부가 아주아주 깨끗하고 고급스러웠으며, 작지만 한가로운 실내 수영장은 21개월 아기를 데리고 놀기 딱 알맞았다. 방에 드럼세탁기도 있어 수영후에 수영복을 빨 수 있었다! 아침식사 포함 13만원 정도 했는데 일요일 아침에는 식사를 안준다고 해서 금요일밤에 묵었다. 아침식사(부페)는 양식과 일식, 그리고 한식까지 갖추어져 있었고, 가지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음식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원칙은 객실내에 풍선이나 촛불은 반입이 안되는데 이벤트를 위해 반칙을 했다. (실은 모르고 저지른 일인데 체크아웃 할 때 직원이 풍선을 보더니 안된다고 알려주더라.^^;) 뭐, 아예 안갔으면 13만원 아낀거지만, 기왕에 여름을 맞이하여 수영장 딸린 호텔패키지를 한번 이용하고자 한다면 이 가격에 이만한데가 절대 없다는 사실에 대만족이다.
2. 동대문 근처 문구 도매상에서 파티용품 구입
인터넷에서 파티용품 파는 곳을 찾다가 실물을 보고 사고 싶어져서 학교에서 가까운 매장을 찾아나섰다. 찾아가보니 그 일대가 온통 문구/완구 도매시장이었다. 어느 가게를 들어가나 풍선같은 것은 있었지만 특히 파티용품에 특화된 가게가 서너개 있었다. 구입한 것은 풍선 25개, 풍선에 매다는 끈 색깔 다르게 여러개, 천장에 붙이는 길다란 장식, 갓등처럼 생긴 장식물, 글자를 인쇄할 노란색 A4용지, 티라이트라 불리는 작은 초 50개, 티라이트 점화용 라이터 등등. 대략 2만원 정도 들었고, 호텔방에 장식하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 재작년처럼 헬륨풍선을 날릴까도 생각했으나, 그 때는 차 트렁크에서 풍선이 튀어나와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호텔방이기 때문에 일반 풍선에 바람을 넣어 천장에 양면테이프로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프로포즈하는 사람들은 100개씩 구입해서 촛불로 ‘길’을 만들기도 하지만, 나는 아이가 혹시나 건드릴까 걱정되어 약소하지만(?) 50개로 하트 하나 만드는 정도로 마무리 했다. 참, 티라이트 점화기 없이는 저기다 불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필수이며, 초의 심지를 미리 세워놓지 않으면 막상 주인공이 입장할때 심지 세우고 촛불 붙이느라 날 새는 경우가 생기니 (나처럼… -.-;) 주의해야한다. (심지가 누운 초는 불 붙는데 20초 이상 걸리더만)
문구/완구 도매상을 직접 찾아나설 독자님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동대문역 4번출구 혹은 동묘역 6번출구로 나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아래 지도(클릭!)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골목 양쪽으로 도매상들이 늘어서있다. (콩나물닷컴에서 보기)

3. 저녁식사로 연어샐러드와 회덮밥 준비
님께서 요즘 몸이 안좋아 한약을 먹는지라 못먹는 음식이 많다. (밀가루, 돼지고기, 쇠고기, 술, 감자, 옥수수 등등.. 도대체 뭘 먹으라고!!) 그리하여 작년처럼 스파게티 집 같은데는 가지 못하기에 돈도 아낄 겸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예전에 잠시 요리를 배울때 배워두었던 회덮밥, 그리고 연어샐러드. 분위기 있게 와인을 곁들이고 싶었지만 포도주스로 시각적 효과만을…^^ 취사 가능한 프레이저 플레이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회덮밥과 연어샐러드 recipe는 비밀이다 - 며느리도 몰라!
4. 다음날 점심식사는 사찰음식 전문점
다시 한번 한약먹는 님을 위해 사찰음식 전문점인 삼청동 감로당에 찾아갔는데, 깔끔하고 친절하고 맛있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단, 가격이 좀…. 사찰음식이란게 고기와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넣지 않기 때문에, 대충 만들어서는 일반인에게 맛있게 느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고기 한 점 안들어간 음식이 일인당 삼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상당히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것 먹어보랴…
사족.
이 글을 쓴 이유는 나의 준비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애인이나 배우자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의 준비과정을 돕기 위해서이다. 누군가 말하는대로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고픈 마음은 없다^^ - 나는 절대 남자보고 이런 이벤트 준비하라고 한 적 없다! 우리 부부의 경우에도 지난 5년간 나의 공로를 인정해 앞으로 결혼 10주년까지 5년간은 옥미르가 준비하기로 했으니 당분간 난 받아먹기만 하면 될것 같다. 핫핫.




2008년 9월 4일 22:01
크~ 이건 같이 사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여주면 안 되는 염장 포스팅이군요~
2008년 9월 5일 13:01
우와.. 5주년.. 축하드려요..
요즘 레지던스 은근 인기예요.. 연말 모임하기에도 좋고..
대부분의 애인 또는 신랑이 이러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흠흠..
2008년 9월 5일 22:25
축하해~~
벌써 5주년이구나..
아주 오붓하고 잼있게 지냈을거 같은데..^^
우리도해운대 갔을때 레지던스에 묵어봤는데 전반적으로 시설도 깨끗하고 맘에 들더라..
2008년 9월 9일 09:32
그래도 보는 사람들에게는 공공의 적이야. ㅡㅡ;
2008년 9월 19일 09:20
내가 너 땜시 결혼 안한다니까..ㅋㅋ
2008년 9월 30일 00:47
답글이 늦어 (혹시나)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글 마지막에 강조했듯이 향후 5년간은 okmir가 ‘공공의 적’이 되기로 했으니 기대 해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