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 ㅚ 발음하기
2007년 10월 10일 Hanti 작성
어느 블로그에서 한글의 과학성 해치는 ‘ㅚ’모음에 대한 고민을 읽고 몇마디…
성씨(姓氏) ‘최(崔)’가 영어 알파벳에서는 ‘Choi’로 표기된다. 우리는 우리의 ‘음가(音價)’에 따라 ‘최’를 ‘Choi’라고 표기하지만, 외국인들 중 그 누구도 이를 ‘최’라고 읽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외국인들은 ‘Choi’ 표기를 ‘초이’라고 읽는다.
2000년도 발표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최’는 ‘Choe’라 표기하는게 맞습니다. 또한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최소한 프랑스나 독일, 터키 사람들은 이게 그 발음이라고 알려만 준다면 ‘ㅚ’ 발음을 할 수 있습니다. 독일 사람인 괴테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ㅚ’ 역시 ‘ㅗ’와 ‘ㅣ’를 빨리 읽는 소리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ㅗ’와 ‘ㅣ’를 빨리 읽어 하나의 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우리말 ‘ㅚ’는 단모음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단모음으로 발음하고 있으며 저처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사람들을 몇 알고 있으므로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하긴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이중모음 ‘ㅞ’나 ‘ㅙ’로 발음하고 있는게 사실이죠.
원문의 필자 누구세호님은 우리말 ‘ㅚ’가 사실상 ‘ㅞ’나 ‘ㅙ’로 발음되고 있으니 표음문자의 원칙에 맞게 표기를 바꾸는게 어떻냐는 생각을 제시하셨는데, 글쎄요 그것도 완벽한 표음문자를 만들기 위한 좋은 해결방법일 수 있겠지만, 저는 차라리 학교 국어시간에 ‘ㅚ’ 발음을 잘 가르치는게 한글의 과학성을 유지하면서도 변경에 따른 혼동을 줄이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비슷한 문제로는 ‘ㅐ’와 ‘ㅔ’의 발음구분 문제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이 글 첫부분에 링크한 원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007년 10월 12일 01:47
표준발음은 [wae]로 바뀌었을 걸요. 경기도 및 강원도 일부 방언에서 단모음 [oe]로 실현되구요, 그것도 인정은 인정일 거에요. 2001년도에 음성학실험실에서 새끼조교로 근무하면서 한국어 발음사전 교정보던 원칙이 그것이었음. 그 때 당시 KBS아나운서들의 외, 위 발음지침도 역시 이중모음이었음. [wae]는 실제 실현은 [ye]에 가깝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모음 ‘ㅔ,ㅐ,ㅚ,ㅟ’는 훈민정음 창제시에는 ‘어이, 아이, 오이, 우이’라는 이중모음이었다가 후대에 단모음이 되었어요. 에와 애는 여전히 단모음(그리고 두 모음이 통합-_- 꼰대 학자들은 절대 인정 안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서울 20대가 에와 애를 실제로 구분하여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음.)이지만 외와 위는 각각 다시 이중모음이 되었지요. 개인적으로 원글 쓰신 분 의견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ㅚ도 음소에요. 그 실현이 단모음이든 이중모음이든. 음소 ㅚ의 음성적 실현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 것 뿐이지.
그리고 그 링크글 말이죠, 이론적으로 문제가 좀 많아 보여요.
한국어가 명사 중심의 언어라는 말 동의하기 어려움. 형태론적으로, 파생어관계에서 명서->동사 파생이 동사->명사 파생보다 많다는 건 대략 맞아 보이지만, 그건 오히려 한국어가 동사 중심이기 때문에 제 말로 명사를 못 만들어내고 외래어(한자어도 외래어입니다.)에서 받아오기 때문이라고 봐야 옳을 것 같아요. 고유어의 경우에는 동사->명사로 파생됩니다. 꾸다-꿈, 삶다-삶, 걷다-걸음….
게다가 통사/의미/인지언어학적으로도 서술어가 더 중요하지요. 단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문장에서 서술어만 살아있으면 비교적 완전한 문장으로 느끼지요. 영어를 비롯한 대개의 인구어에서 명사 성분(목적어, 주어…)이 은근슬쩍 사라진다, 이거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가주어, 가목적어, 무의미한 부정(不定)대명사 등등을 세워서라도 자릿수 채우죠. 수식어도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어가 줄줄이 붙으면 아주 어색해지지만, 서술어를 수식하는 부사어는 좀더 부드럽게 줄줄이 붙을 수 있어요. ‘음악에의 열정’ 같은 식으로 쓰이는 ‘–에의’라는 조사의 겹침, 일본식 어투라고 맨날 꼬집히면서도 잘 없어지지 않는 것도 한국어가 서술어 중심의 언어라는 점과 관련있지요. 이걸 좀더 한국어다운 표현으로 고치자면 ‘음악에 대한, 음악을 향한 열정’ 하는 식으로 서술어가 들어가 줘야죠. 명사가 명사를 서술할 때 영어의 전치사나 일본어 조사(조사야 우리말에도 있지만 이 경우엔 일본어는 조사만으로 가능한데 우린 아니니까)처럼 가볍고 원래 명사랑 친한 성분만으론 결판이 안 나고 서술어를 넣어서 절을 구성해 줘야만 한다는 거에요. 대학원 수업때 다뤘던 논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영어권 엄마들은 아기가 “엄마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이거는 ***야.”라고 그 물건의 정의를 내리는데, 한국 엄마들은 “이거는 ***할 때 쓰는 거야/***하는 거야.”라고 기능과 관계를 설명 한다구요. 이런 차이는 관계성을 중시하는 동양적 사유체계와도 일맥상통하죠.
2007년 10월 12일 01:52
악, 틀린 글자들.
명서->동사 파생이 —>>> 명사->동사 파생이
삶다-삶, —> 살다>삶
2007년 10월 12일 02:10
글구 제발 한국 사람들이 ‘완벽하고 과학적인 한글’, 이라는 구호 좀 버렸으면 좋겠어요. 한글은 매우 특이하게 상당히 후대에 언어학적 연구를 거쳐 탄생한 훌륭한 문자체계이긴 하지만, 언어란 건 원래 인간처럼 변화하는 거라서, 고정된 문자체계가 음성언어를 완벽하게 반영한다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해요. 문자는 그냥 도구일 뿐이에요.
쫌 삔뜨 엇나가는 얘기 하나 덧붙이자면, 유럽 언어들의 경우, 로마제국 이후로 로만 알파벳을 사용해 왔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로만 알파벳을 각각의 언어에 맞춰 적당히 변용해가며 발달해 왔고 각각의 언어는 또 세월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데, 문서로 남는 문자체계는 음성언어의 특징을 바로바로 반영하면서 바뀔 수는 없어서 현재 유럽 언어들은 각자 특이한 표기법을 가지고 있으며 로만 알파벳의 음가대로 하나씩 떼어 읽어서는 그 발음을 낼 수 없는 경우도 많지요. 대표적으로 영어는 미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fish를 ghoti라고 적을 수도 있다’라며 ‘잉글리시 이즈 어 크레이지 랭귀지’라고 외쳤을 정도죠.(laugh의 gh,women의 o, mention의 ti를 모으면 fish의 말음이 나오죠.물론 음운론적으로 억지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옛날과 달라진 발음의 단어들에 남아있는 옛날식의 표기는 역사언어학 연구의 단서가 됩니다. 예를 들어 night의 gh는 지금 묵음이지만, 말음도 안 되는 철자가 굳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옛날 언젠가는 gh가 발음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영어와 비슷한 계열인 독일어의 nacht라는 단어는 여전히 ch의 발음이 살아있다는 데서 이 가설이 좀더 설득력을 얻습니다. 인구어는 인접 언어들이 같은 문자를 사용했으며 문자 사용의 역사가 길다는 점에서 역사언어학 연구가 아주 유리합니다. 아시아 언어들은 그 점에서 좀 어렵죠. 특히 ‘한자문화권’의 경우, 문자화된 자료의 역사가 긺에도 불구하고 참 곤란한 점이 많습니다. 그 한자가 그 때 그 지역에서 뭐라고 발음됐을지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2007년 10월 12일 02:19
앙, 위의 첫번째 덧글 에와 애에 대한 항목, 서울 20대를 서울 30대로 고쳐야겠군요. 내가 대학원 다닐 때 20대였던 사람들이니. 꼰대 모시고 음성학연구실에 근무하던 사람들 중에도 에와 애를 구분해서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음. 이 사람들은 음성학적으로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이라 구분해서 발음할 줄도 알고 들을 줄도 알았지만 실제 자기 뇌의 음소목록에 에와 애가 구분돼 들어있지 않았다는 말임. 가끔 자기가 에와 애를 구분한다고 생각하는 비언어학자 서울사람들을 만나긴 했으나, 실제 그들의 발화를 들어보면 구분 없었음. 그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고, 맞춤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음.
2007년 11월 2일 13:21
heraus님 좋은 의견 및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