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한 달을 남기고

2006년 10월 17일 Hanti 작성

이제 출산 예정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Okmir는 점점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나도 덩달아 우왕좌왕 하고 있다.)

병원에서 Okmir와 함께 소프롤로지 분만 강좌란 걸 4주에 걸쳐 듣고 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마지막 4주째 강좌를 듣고, 그 다음 토요일에 예비아빠 출산교실 까지 참석하면 나도 분만실에 들어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더 유명한 라마즈 호흡법 보다도 더 발전시킨 호흡법이라는 소프롤로지 호흡법 외에도, 분만 기전, 아기 목욕 시키기 등 여러가지 유용한 것들을 알려준다. 예비엄마 혼자 오는 경우도 있지만 엄마아빠 같이 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 같이 기분이 좋다. 근데 지난 주 참석한 한 예비 아빠는 자기는 분만실에는 안들어 갈거라고, 아기 탯줄도 안 잘라 줄거라고 한다. 다소 ‘옛날식’에 가까운 남자아빠 인듯. 그래도 강좌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기 목욕시키기 실습도 열심히 한다는 점에서 옛날식 아빠들과는 분명 차이점이 있을 듯. 강사가 목욕은 아빠의 몫이라고 남편들에게만 실습을 시켰다. 그래서 이제 나도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안다. 어서 태어나기만 해라 우리 아가, 아빠가 맨날 목욕시켜줄게.

우리 부부사이에 아이를 가질까 말까를 고민하던 나지만 이렇게 아이를 가지게 되고, 초음파 사진을 보고, 심장 소리를 듣고, Okmir 배 안쪽에서 힘찬 태동을 느끼고, 태교에 참여하고, 여러가지로 출산을 준비하면서 아기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진다. 빨리 우리 아기를 만나고 싶고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 출산일이 많이 기다려진다. 평소에도 아기에 무관심했던 내가 (길가다 만나는 아기들보다 길가다 만나는 강아지를 백배쯤 더 귀여워 했다) 이제는 친한 사람들 아기들 뿐 아니라 길가다 만나는 아기들도 예사로 안보인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아빠가 되어 가는건가. 바뀌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다니는 병원에서는 인권분만이란 것을 한다. 아기에게도 인권이 있으므로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한다.

  • 아기가 나올 때 조명 낮추기 - 깜깜한 뱃속에서 갑자기 환한 형광등 불빛을 보는 것은 스트레스가 되므로
  • 태어나자마자 그대로 엄마 가슴에 올려주기 - 뱃속부터 익숙한 엄마 심장소리를 듣고 안정 되도록
  • 엉덩이 때려서 억지로 울게 안하기 - 신생아도 사람이랍니다 때리지 마세요
  • 탯줄 맥박이 다 멈추고 난 다음에 자르기 - 엄마에게서 양분을 공급받던 탯줄이 기능을 다 할때까지 기다리기
  • 아빠가 안아서 따뜻한 물 속에 담그고 노래 불러주기

마지막, 따뜻한 물에 담그면 양수 속에서처럼 아기가 편안하게 느낀다고 한다. 그 때 아빠가 평소 불러주던 노래를 불러주며 아기를 안심시킨다고 하는데, 무슨 노래를 부를지 아직 모르겠다. 편안한 노래라면 자장가가 어떨까 해서 생각나는대로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몇 번 불러줬는데, 더 좋은 노래는 없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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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한 달을 남기고”에 대한 답글이 17개 있습니다.

  1. wize
    2006년 10월 17일 09:26
    1

    요즘에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켜주는군요.
    병원이.. 어디에요? 저도 나중에 참고하려구요. ㅎㅎ
    아직까진 전혀 관심이 없으니.. 인포메이션이 전혀 없네요. ^^

  2. 미미르
    2006년 10월 17일 13:09
    2

    노래를 불러줘야 하다니.. 주니가 알게되면 분만실에 안들어갈려고 할꺼야 ㅎㅎ

  3. 흑마뇨
    2006년 10월 17일 14:41
    3

    나도 애덜 낳을 때 르봐이예 했었는데..
    해연이 때는 섬집아기 불러줬었고 병찬이 때는 멀 했더라..
    해연이가 더 오래 됐는데 오히려 기억이 잘 나는구나.. 둘째의 서러움.. ㅎㅎ
    아자씨한테 탯줄 자를 때 느낌이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곱창 같았다고 해서 매우 황당했었는데.. ㅡ.ㅡ;
    암튼 다 잘될 것이니 okmir는 넘 불안해 하지 말았으면 하네..
    글고 모유수유는 중요해요~ 가능하다면 꼭 모자동실을 권하는 바야.. ^^

  4. MetalMin
    2006년 10월 17일 22:35
    4

    ㅎㅎ 그 병원에서 그런걸 하는구나. 누나가 낳을때는 없었던건지 매형이 바뻐서 안했던건지…. 나도 거의 정신없던 시기였으니……
    어쨋든 hanti는 좋은 아빠가 될거야….^^

  5. 김은영
    2006년 10월 18일 00:11
    5

    크…좋은 아빠되기 프로젝트는 대성공할듯^^

  6. nowhy
    2006년 10월 18일 00:57
    6

    우와…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구나.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건강한 아이의 아빠가 되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정말 경이적인것 같아.
    노래 하면 강희니깐… (결혼식 생각이 아직도.)
    좋은 노래 선물 아가한테 해주렴.

  7. 이경범
    2006년 10월 18일 12:49
    7

    안녕하세요
    다음주10.25 베트남 가기위해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다가 알게되었습니다.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구요
    전 30대 마지막이라
    아이가 생기면 아주 좋습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부부는 아주 힘들게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아이때문에 밤을 지세우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인생의 다른면들을 느끼곤 합니다.
    아마 제가 태어나서 한일중에 가장 자랑스러운일이 아닌가 싶네요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

  8. 최미라
    2006년 10월 19일 09:43
    8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곧 아기 아빠가 되신다니 너무 축하드립니다.
    이 사이트 눈팅만 하다가 예전에 양재동 KT 파견나갔다가 사이트에서 봤던 분을 실물로 보게 되서 놀랐었던 사람인데요.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군요. 그 당시 miss 였던 저는 결혼하고 아이 하나를 낳고 또 10주된 아기를 뱃속에. ^^.. 쓰신 글들이 정말 남일 같지 않군요. 힘들어도 아기 낳고 나면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립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우리 딸 낳은 거 같애요. 아마 안분도 그런 느낌 받으실겁니다. 순산을 기원합니다.

  9. heraus
    2006년 10월 19일 19:55
    9

    1. 얼마 전에 해부학 시간에 fetal circulation (태아순환) 발표를 맡았던 적이 있지용. 탯줄엔 동맥이 하나 정맥이 두 개… 그 반대였나? –;; 머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구.–; 지금 별이의 폐는 단단하고 조그만데, 엄마몸 밖으로 나와 첫 호흡을 하면 폐에 공기가 들어가 부풀면서 크기는 커지고 폐포가 부풀어 스폰지같이 빈 곳이 많은 조직으로 바뀌지요. 그러면서 폐 대신 별이 피에 산소를 공금해 주던 태반의 기능이 멈추고 심장의 구조도 차차 폐순환에 맞춰 바뀌지요. 태반에서 공급받던 영양을 엄마젖 먹고 자신의 소화기관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면서 간의 혈관 구조도 바뀌구요.. 으항. 고모도 별이를 언능 보고 싶어요.

    2. 나는 어렸을 적부터도 애기들 보면 눈이 애기들한테 고정이었는데. 지금 추세로 봐선 평균보다 매우 늦은 나이에나 아기를 가지거나.. 어쩜 한 번도 못 가져볼 지도 모르겠군요. 요샌 임신한 사람들이 넘넘 부러워요. –;;

  10. 롱롱오빠
    2006년 10월 20일 12:14
    10

    거봐!!! 애 낳으면 바뀔 거라고 했잖아!!! 아직 낳지는 않았지만…보인다, 벌써..애 사진, 얘기로 도배되는 순간이..
    노래는…결혼식 때 축가로 불렀던 거 불러. ^^;
    축하해. 우리들 만날 때 데리고 오면, 내가 다 봐줄게.

  11. Hanti
    2006년 10월 21일 08:58
    11

    wize/ 집 근처 병원이예요. 참산부인과라고… wize님은 집 앞에 유명한 차병원 있으니 걱정 없네요.

    미미르/ 주니군도 사랑스러운 아기를 위해서라면…?

    흑마뇨/ 오우 르봐이예 대선배님의 피가되고 살이되는 조언 감사하오.

    MetalMin/ 그대도 머지 않은 것 같구려 날 잡으면 알려주오.

    김은영/ 하하 감사

    nowhy/ 노래하다 목이 메면 어쩌지? (결혼식땐 너무 떨다 망치고..)

    이경범/ 저도 처음에는 그런거 잘 못느끼다가 점점 느끼고 있습니다. 진짜 낳고 얼굴 보면 또 다르겠죠? 베트남 준비 잘 해서 재미있게 다녀오세요.

    최미라/ 와, 정말 오랜만에 오셨군요. 덧글로 저를 보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지만 또 재미있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새 결혼하고도 둘째 아이를 가지셨다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요? 10주면 한참 입덧하시겠네요. 둘째는 첫째보다는 수월하다던데, 순산하시길 바랍니다.

    heraus/ 그래 의사선생님이 탯줄에 핏줄이 세개라더라. 초음파로 확인했음. 여기와서 해부학 수업 복습하고 가시네요 학생… 조카 많이 이뻐해줘요.

    롱롱오빠/ 고맙다, 근데 ‘신부에게’ 보다는 아무래도 자장가가 낫지 않겠냐? 너도 우리 애기 불러줄 자장가 한 곡 연습해두는거지? ㅋㅋ

  12. 날라리
    2006년 10월 21일 16:33
    12

    우어… 제가 다 떨리네요. @_@

    부디 무사히 출산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처음 아기 만났을 때의 감회에 대해서도 꼭 얘기해주시구요. ^^

  13. heraus
    2006년 10월 22일 20:50
    13

    별이 양말 사 놨어용~! ^^;

  14. 경민이
    2006년 10월 23일 17:14
    14

    안녕하세요^^ 오빠한테 두분 소식 들었어요 ㅎㅎ
    얘기를 들어보니 언니가 살이 많이 안 붙은 것 같던데 (마른 몸에 배에 바가지를 넣은 것 같다는 표현..^^;;)
    건강하게 잘 출산하시길 바라며 핑크색 선물사둘께요^^*

  15. Hanti
    2006년 10월 29일 14:24
    15

    날라리/ 감사합니다. 누구 말대로 ‘도배’는 아닐지라도 ^^ 아기 만난 이야기도 머지않아 올릴게요.

    heraus/ 감사감사!

    경민이/ 저기.. 사실은 살도 알게 모르게 꽤 붙었다우. 응원 고맙고 나중에 아기 보러 놀러 와. (결혼은 언제…? ^^)

  16. 공경태
    2006년 10월 30일 19:23
    16

    배부른 okmir님과 옆에서 긴장하면서 출산을 기다리는 hanti님!!! 넘 걱정마세요. 건강하게 태어날꺼고… 이렇게 출산전부터 관심가지는 엄마, 아빠면 크게 웃으면서 세상에 나올것 같은데.. 하하하.. 부모노릇할려면 항상 건강해야해요. 이만 딸 둘 가진 선배가.. ㅋㅋㅋ

  17. Hanti
    2006년 11월 4일 00:21
    17

    오늘 검진하러 병원 다녀왔는데 애기가 3.6kg(추정치)랍니다. 아직 예정일은 열흘 남았는데 벌써부터 너무 커서 낳을때 고생할 것 같지만… 대선배님 말씀대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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