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를 남녀가 같이 쓰게 되는 경우는 집에서를 제외하고는 흔치 않기에 그에 대해 크게 고민을 안해보았을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나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화장실 변기커버는 내려달라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버스 안 세상 이야기
화장실 변기커버는 내려달라에 대한@Phantom of the boys
화장실 변기시트는 내려져 있었으면@샐리의 오두막
그냥 하면 안되나?@그냥 사람이 사는 이야기
나는 변기 시트를 내려 놓아야 한다는 말에 쉽게 긍정할 수 없다. 나 다음에 남자가 쓸지 여자가 쓸지도 모르는데, 시트를 내려놓고 다음 사람이 남자라면 그는 변기 시트를 다시 올리고 볼일을 보는 비효율적인 일을 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자기가 쓰기 전에 남자가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니,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하는 여성분들의 의견도 있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게 쉽지는 않을터, 일견 일리있는 말씀이다. 하지만 공공장소라면 애초에 불편하게 공용 화장실을 그것도 달랑 양변기 하나 만들어 놓은 사람(업주)이 문제이다. 거기서는 남자든 여자든 불편한게 사실이고, 서로 조심해야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일방적으로 남자에게만 조심하고 심지어 화장실 사용한 티를 내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욱이 남자가 썼다는 사실만으로 더럽거나 불쾌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도 남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스럽다. 이와 관련해서 2004년 dcinside에서 히트한 Y대 대자보ㅡ'남성들을 위한 밤길 에티켓'ㅡ사건이 생각난다. (링크참조)
기억나는 분들이 있나 모르겠는데, 여성에 대한 성폭력 위협을 해소하고자 남성들에게 10가지 밤길 에티켓을 제안한 대자보가 화제가 되었다. '1) 밤길에서 나의 존재가 여성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음을 자각한다.'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7) 엘리베이터를 탈 때, 여성과 둘이 타게 될 경우 여성을 먼저 올라가게 하고 나중에 탄다'라는 항목 때문에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삼았다고 하여 가장 논란이 되었다. 지금 찾아보니 '8) 공용 화장실에서 안에 사람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간다'라는 항목도 있다.
차라리 나는 이 '밤길 에티켓'식으로 여성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남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라고 하는 편이 더 수긍하기 쉬울 것 같다. 비슷한 것 같지만 여성이 더럽고 불쾌하게 느끼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더 드는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공용 화장실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는건 위협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일 수 있지만, 변기 시트를 내려 놓지 않은 것까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오버가 아닐까. (그것도 여자 화장실이 아닌 공용 화장실에서 말이다.)
한편, 시트 올라간게 보기에 안좋다거나 위생상 안좋다거나, 원래 시트는 내려 놓게 되어있는 거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남자든 여자든 볼일보고 나면 겉 뚜껑까지 다 닫아두자. 보기도 제일 깔끔하고 위생상도 가장 좋다. (이렇게 말하면 여성분들도 왜 남자들이 시트 내려놓기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복잡한 것 다 떠나서 앤디님의 의견처럼 '그냥 하면 안되냐'고 묻더라도, 나는 이기적이라 그런지 싫다. 누군지 모를 불특정 다수 여자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만약 내가 잘 아는 몇명의 여자가 나랑 화장실을 공유하며 그들이 꼭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우리 집이라든지... 규모가 작은 직장이라든지..) 그들을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할 의향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변기 시트를 내려놓고 올려놓는게 아니라 생각한다. 깨끗하게 쓰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중요한 것 아닐까? 소변 흘려놓고 시트 내려 은폐하는 것 보다는 애초에 안흘리게 조심하고 (혹시 흘렸으면 치우고) 시트는 뒤에 누가 들어올지 모르니 그냥 두는게 더 나은 일이라 믿는다.
ps. 청소하는 사람이 여자니까 여자에게 맞추라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집은 원래 화장실 청소 내가 한다. Okmir님 일보고 나서 시트 올려 놓아라. -ㅅ-; (헉.. 농담이예요... -ㅅ-;;)
ps2. 평소 나를 믿어(?)주던 여성분들에게 혼날 각오하고 쓴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닌건 아니라 말하고 싶다.
hanti가 2006년 03월 28일 20:46에 작성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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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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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Min |
이게 혼날만한 글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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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뇨 |
난 변기 시트가 내려져 있건 올려져 있건 별루 신경쓰는 편은 아니지만 사실 변기 시트 붙잡고 올리고 내리는 건 꽤나 찝찝한 일이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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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롱오빠 |
^^; 너 그러다가 okmir 한테 혼난다. 조심해. 나, 혼자 살지만, 소변 보고 나서 엉덩이 깔개하고 덮개까지 다 닫는다. 그냥 그게 좋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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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mir |
난 변기시트 내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어. 집에서도 올려져있으면 그냥 내려서 사용했고, 불편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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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aus |
1. Y대 대자보는 그냥 일종의 블랙코미디 내지는 패러디 같은데. 여자들이 항상 듣는 소리들을 뒤집어놓은 것 뿐이잖아. 밤길 가지 마라, 남자랑 단둘이 엘리베이터 타지 마라 기타 등등. 여자들이 맨날 그따구 소리를 듣고, '피해자'가 됐을 때 그따구 이유들로 2차 피해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혹시 몰랐다면 이번 기회에 알아두시면서 한 번 웃어 넘기시라고요. 그리고 명랑사회 이룩하자구요. 2. 난 내 과외제자가, 변기시트를 내린 채 소변을 보면 튄 소변방울들을 그때그때 닦아주었으면 좋겠어. 과외집에서 화장실 갈 때마다 휴지에 물을 묻혀 말라붙은 소변방울들을 닦아내고 볼일을 보려면 정말... --; (2층을 녀석 혼자 쓰기 때문에, 2층 화장실은 과외선생들 외엔 녀석 혼자 쓴다고 보면 돼. 설마 과외선생 중에 어느 뇌용량 떨어지는 남자가 있어서 상습적으로 과외집 변기 시트에 소변을 튀기고 그냥 두고 갈 거란 생각은 잘 안 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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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ti |
MetalMin/ 그러게.. 내 말이... 너의 말처럼 깨끗하게 쓴다는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봐. 흑마뇨/ 다음 사람을 위해 변기 시트를 내리는게 항상 옳지는 않다는게 문제지. 남자 다음에 또 남자가 들어온다면 앞 남자는 변기 시트를 내리고, 뒷 남자는 변기 시트를 올리는 일을 반복해야 하니까. 롱롱오빠/ 그래서 본문에서도 위생문제라면 차라리 너처럼 덮개까지 다 덮자는 제안을 했다우. 깔끔해보이려면 그게 맞지. 냄새도 덜나고 세균도 덜 퍼지고. 시트만 내려놓으라는 건 위생문제와는 별 관련없이 여자들만 편하자는 거잖아. okmir/ 네 마님, 우리집에서는 내려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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